융자 아닌 투자로 창업 지원을
가히 창업 전성시대다. 대학은 젊은이에게 취업보다 창업에 관심을 갖도록 할 목적으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고, 정부도 청년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정책을 쏟아놓고 있다. 올해 정부는 창업 지원을 위해 무려 1조5000억원이 넘는 막대한 규모의 자금 지원을 계획하고 있으며, 40세 미만 창업자에 대해 1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도록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에서 보증을 제공하는 등 파격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이렇다보니 유망한 창업 아이템만 가지고 있다면 자금 확보 애로로 인해 창업이 불가능하다는 불평은 할 수 없게 됐다. 대규모 장치산업의 선별적 육성을 통한 경제 발전 전략이 한계에 도달한 상황이므로 혁신적 중소기업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 창업에 대한 지원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방식의 창업자금 지원 정책은 향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창업은 매우 위험한 경제행위이며 실패할 경우 투입된 자금은 회수 불가능한 게 대부분이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2013년 한 해 동안 61만3000개의 일반 및 법인 사업자가 새로이 생겼으며 51만5000개의 사업자가 폐업했다. 어렵게 창업에 성공한다 해도 창업 후 5년을 넘겨 살아남을 확률이 30% 수준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창업 지원을 명목으로 제공되고 있는 자금은 대부분 융자나 보증 등 부채자금 형식을 띠고 있다. 부채자금은 창업에 실패하는 경우 그 부담이 고스란히 차입자의 몫으로 남는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실패한 창업자는 부실 채무자로 분류돼 금융생활이 사실상 봉쇄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신용불량의 늪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개인파산이나 개인회생 또는 개인신용회복을 통해 부실 채무를 정리하고 재기에 나서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창업자가 실패를 인정하고 필요한 절차를 거쳐 폐업을 완료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부실 채무 정리를 하더라도 관련 기록이 말소돼 정상적인 금융 거래가 가능하기까지 다시 5년여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기에 나서기까지 길면 10년 가까운 시일이 소요된다. 이는 최초 창업이 30대 중반에 집중돼 있으므로 대부분의 창업 실패자가 40대 중반이 넘어야 재기 기회를 잡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개인적으로 너무 과도한 부담이며 사회적으로도 소중한 인적 자본이 사장되는,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가 초래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신용정보 보관 기간을 대폭 축소하는 등 창업 실패자의 재기를 가로막는 제도적 장애물을 전면적으로 손보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렇지만 신용정보 관련 정책은 창업 실패자의 재기라는 한정된 관점이 아니라 신용질서 유지라는 포괄적 관점에서 판단해야 할 문제다.
과도하게 부채자금 위주로 제공되는 창업자금 지원 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이를 지분투자 자금으로 대체하는 것이 근본적 문제 해결 방안이다. 지분투자로 자금을 조달해 창업한 경우 비록 사업에 실패하더라도 연체나 부실 채무 등의 문제가 원천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지분투자 형식으로 자금이 제공되는 경우 장기적인 시야를 가진 참을성 있는 투자자로서 자금을 공급함으로써 사업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장점을 기대할 수도 있다. 좋은 의도로 시행되는 창업자금 지원 정책이 젊은이들을 옭아매고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방해하는 역설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있음을 유념하고 투자 위주로 창업자금 지원 정책을 재구성할 것이 요구된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